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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피로 사회 - 너무 이해하려고 해서 생기는 피로에 관하여

by by__via 2025. 6. 23.

공감 피로 사회 - 너무 이해하려고 해서 생기는 피로에 관하여

우리는 지금 공감이 미덕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상처에 귀 기울이는 태도가 좋은 사람의 조건처럼 여겨지곤 합니다.
“그 사람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봐.” “네가 조금만 더 참으면 괜찮아질 거야.”
우리는 어려서부터 이런 말을 들으며 자랐고 어느새 타인의 감정을 미리 헤아리고 이해하고 때론 대신 아파주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공감할수록 관계가 좋아져야 하는데, 오히려 마음은 점점 지치고 감정은 쉽게 고갈되고 맙니다.
왜 이렇게 힘들까? 라는 질문이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오릅니다.
내 안에 여유가 사라지고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혹시 지금 공감의 피로 속에서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공감이 과하면 상처가 된다.

공감은 인간관계의 본질이자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면 자신의 감정을 침해당하는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타인의 감정에 민감해야만 하는 사회 분위기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SNS를 열면 수많은 사연과 감정이 쏟아집니다.
누군가의 불행에 분노하고, 또 다른 누군가의 고통에 눈물을 흘립니다.
사회 이슈에 대해 공감하지 않으면 냉정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에 일일이 반응하고 감정적 연결을 시도하다 보면 정작 내 감정은 뒤로 밀려나고
내면의 에너지가 바닥나버리게 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이해해서 지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나는 언제부터 나를 무시하게 되었을까?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내 고통은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리게 됩니다.
내가 이 정도 가지고 힘들다고 하면 안 되지.. 저 사람은 더 힘든데 내가 뭐라고..
이런 생각이 반복되면 어느새 나 자신을 공감하는 능력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나의 아픔은 정당성을 잃고 괜찮은 척, 이해하는 척, 강한 척을 하게 됩니다.
겉으로는 다정하지만 속으로는 점점 말라갑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나는 “괜찮아?”, “도와줄까?”라며 누군가를 위해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 손길이 필요한 건 바로 나 자신이 아닐까요?

 

공감에도 경계가 필요하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감정 전이 라고 설명합니다.
타인의 감정을 그대로 흡수하게 되는 상태죠.
특히 감수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이 감정전이의 강도가 큽니다.
누군가의 아픔이 마치 내 일처럼 느껴지고 상대가 울면 나도 함께 무너집니다.

이럴 땐 공감이 아니라 흡수에 가까운 상태입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우리는 타인의 감정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결국에는 사람을 피하게 되고 심하면 번아웃 까지 겪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제는 말하고 싶습니다. 공감에도 경계가 필요하다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되, 그 감정에 빠져들지는 않아야 한다고.
도움을 주되, 내 에너지를 모두 내어주는 방식은 건강하지 않다고.

나를 돌보는 공감으로 돌아가기

 

나를 돌보는 공감으로 돌아가기.

공감은 결국 나와 타인을 연결하는 다리입니다.
하지만 그 다리를 지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부터 배워야 합니다.
마치 산소마스크를 먼저 나에게 씌운 뒤 다른 이에게 도움을 주듯이 말이죠.

공감 피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연습이 필요합니다.

‘내 감정은 지금 어떤가요?’
하루 한 번, 자신에게 묻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누군가의 감정에 깊이 빠지기 전에, 이건 누구의 감정인건지 를 구분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모든 고민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때로 침묵과 거리 두기로 공감하는 방식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자신에게도 같은 다정함을 건네는 것.

나도 힘들 수 있어. 나는 지금 지쳤구나. 괜찮아, 잠깐 쉬어도 돼.
이런 말을 나에게도 허락할 수 있어야 진짜 공감이 시작되는 겁니다.

 

공감은 분명 아름다운 감정입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너무 자주, 너무 깊게 하려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공감의 피로 라는 새로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제는 타인에게 향하는 공감의 일부를 나 자신에게 돌려주어야 할 때입니다.

세상을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다는 내 마음을 먼저 이해하고 돌보는 일.
그것이야말로, 진짜로 건강한 공감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